수년 전 제가 섬기는 교회에 성격이 무던한 권사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토요일에는 교회 주방에서 주일 식사를 위한 준비를 하셨고, 주일에도 일찍 오셔서 손수 식사 준비를 하셨던 분이십니다. 한 번도 생색을 내신 적도 없고 힘들다 짜증을 내는 법도 없으셨습니다. 언제나 표정은 온화하시고 당신은 교회에 나와서 이렇게 봉사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고백하셨습니다.
권사님의 남편은 관광버스 기사를 오랫동안 하셨습니다. 키는 자그마한 분이 유머 감각이 있고 친밀감이 있어 젊을 때부터 많은 여인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분입니다. 어는 한겨울 저녁에는 술에 잔뜩 취하여 술집 여자를 데리고 와서 잠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랍니다. 권사님은 말없이 따뜻한 아랫목에 두 사람이 잘 수 있도록 하였고 권사님은 윗목에서 주무셨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나 북엇국을 끓이고 반찬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두 사람이 먹도록 하였답니다. 그 밥상을 받고 밥을 먹을 때 같이 왔던 여인이 흐느끼며 울더니 돌아가면서 남편 된 분에게 “이런 분을 마음 아프게 하면 천벌 받아요! 앞으로 잘 하세요!”하면서 떠났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 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느 날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를 데리고 와서 이 아이가 자기 핏줄이라며 애 엄마가 도무지 기를 자신이 없다면 자기에게 내팽개치듯 하고 도망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아이를 키워 달라고 하더랍니다.
그런 상황에서 권사님의 마음에 밉기보다는 아이에 대한 불쌍한 생각이 앞서 그 아이를 품에 안고 내 자식처럼 키웠다고 했습니다. 이미 아들 둘을 두고 있던 터라 배 아프지 않고 딸을 얻었으니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으로 여겨 친 자식 이상으로 아이를 길렀다고 했습니다.
큰 아들은 공무원이 되었고 둘째 아들은 프랑스에 유학하고 돌아와 대학교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딸에게는 일절 사정을 말하지 않고 지내왔기에 장성하여서도 친어머니처럼 여기며 가장 효도를 잘하는 자식으로 성장했습니다.
저는 그분의 일대기를 들으면서 이분은 성녀(聖女)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비록 배운 것은 없고 외모로 볼 때 고운 것이 없더라도 말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용서할 수 있고 포용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분 안에 예수님이 계셨기에 행할 수 없는 것을 아주 태연하게 행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때때로 억울한 일을 당하면 권사님을 떠올리며 용서의 깊이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